하체 비만, 유전 때문일까?
하체 비만을 겪는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자신의 체형을 ‘타고난 것’으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허벅지와 엉덩이에 지방이 집중되는 하체 비만 체형이라면, 자녀도 유사한 체형을 가질 확률은 높다. 유전적 요인은 뼈의 길이나 골반 구조, 신진대사의 속도, 지방이 쌓이는 위치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하체에 지방이 잘 붙는 체형 자체는 어느 정도 물려받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 여성호르몬은 상체보다 하체에 지방을 저장하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여성은 출산을 위해 골반이 넓게 설계되어 있어, 골격 구조상 하체에 체중이 몰리기 쉬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적 요인은 어디까지나 ‘경향성’ 일뿐, 실제로 살이 찌는지, 어떤 부위에 지방이 축적되는지는 후천적 환경과 생활 습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즉, 하체 비만의 소질이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며, 습관에 따라 얼마든지 체형을 관리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유전은 출발점일 뿐, 체형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일상’이다.
후천적 습관이 하체 비만을 만든다
하체 비만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생활 습관이다. 특히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직장인, 다리를 꼬거나 짝다리로 서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골반의 정렬이 틀어지고 하체의 특정 부위에 체중이 집중되기 쉬운 구조를 만든다. 이렇게 체형 불균형이 생기면 특정 근육은 과하게 사용되고, 다른 근육은 거의 쓰이지 않으면서 지방이 한 부위에 고착화되는 비대칭적인 하체가 만들어진다. 또 무의식적으로 발끝이 벌어지거나 안으로 모이는 잘못된 보행 습관도 엉덩이, 허벅지 바깥쪽, 종아리 등의 군살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식습관도 하체 비만과 직결된다. 특히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고 물은 적게 마시는 생활 습관은 하체에 쉽게 붓기와 체액 정체를 유발한다. 이렇게 생긴 부종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될수록 지방 세포가 자리 잡는 기반이 된다. 또한 활동량이 부족하거나, 운동을 하더라도 상체 위주의 운동만 집중하는 경우에도 하체 근육이 약해지면서 지방이 쉽게 쌓이고 순환이 잘 안 되는 하체 환경이 만들어진다. 결국 하체 비만은 유전보다도 잘못된 후천적 습관의 반복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유전과 습관, 결국 내가 선택하는 체형
하체 비만이 유전인지 습관 때문인지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질문은 "나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내 몸을 관리하고 있는가?"이다. 유전적인 요인이 있더라도, 매일의 생활 속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체형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하체는 신체의 중심을 지탱하는 부위이자 순환, 배출,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써도 변화가 빨리 나타나는 부위다.
걷는 방식, 앉는 자세, 식단 관리, 스트레칭, 수분 섭취 등 일상 속 작은 행동들이 지방의 분포와 근육의 사용 패턴을 결정짓는다. 유전이 하체에 지방이 쌓이기 쉬운 체형을 만들 수는 있어도, 그 체형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바꿔나갈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중요한 건 '나는 하체 비만 체질이니까 어쩔 수 없어'라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자세를 바르게 하고, 움직이는 패턴을 점검하고, 조금 더 나은 습관을 실천해 나간다면, 하체는 반드시 달라질 수 있다. 하체비만은 유전보다 습관이 만든 결과다. 그리고 그 습관은 언제든 다시 설계할 수 있다.